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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Movie & TV Series

김밥이 나오는 영화/TV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글로리

저는 먹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당연히 제가 직접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유튜브로 가장 많이 보는 영상이 먹방일 정도로 보는 것 또한 좋아합니다.

저는 영화나 TV 보는 것도 참 좋아합니다. 그동안 감상했던 영화에 대한 별점을 매기는 앱이 있는데 그 앱에서 평가한 영화만 해도 1천편이 넘습니다. TV 시리즈는 기록을 잘 남기지 않았는데 대충 생각해도 대략 100편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나 TV 시리즈에서 등장인물이 무엇인가를 먹거나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음식을 보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가 같이 나오는 셈이라 보는 즐거움이 더더욱 커지곤 합니다.

앞으로 음식 시리즈를 통해 특정 메뉴가 등장하는 영화와 TV 시리즈 정리를 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많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메뉴인 김밥이 나오는 한국 드라마 두 편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Extraoridnary Attorney Woo, 2022]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매회 등장하는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김밥입니다.

여주인공인 우영우(박은빈 분) 변호사는 직장에서 고급 일식집으로 회식을 갔을 때 조차도 김밥을 시켜먹는, 김밥 매니아입니다. 음식이 입 안에 들어갔을 때 예상치 못한 재료의 맛으로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메뉴가 바로 김밥이기 때문입니다. 자폐를 앓고 있는 여주인공은 음식을 먹는 순간에도 본인이 예상하지 못한 맛 혹은 식감을 느끼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재료 속을 확인할 수 있는 김밥을 고집합니다. 언제나 그녀를 위해 김밥을 말아주면서 도시락도 함께 챙겨주는 아빠가 어느날 매일 먹던 김밥 속 재료 중 하나인 햄을 바꿨을 때 (2화 에피소드) 그녀는 바로 알아차리고 새로 바뀐 햄만 빼서 접시 위에 X 표시를 하는 것으로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늘 아빠가 챙겨주는 도시락을 먹던 우영우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장면에서는 동료이자 친구인 최수연(하윤경 분) 변호사가 "웬일로 도시락을 안 먹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니?" 라고 물어보자 우영우는 "구내식당의 메뉴가 김밥이라서" 라는 짧은 대답을 합니다.(5화 에피소드)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던 대사가 나옵니다. '봄날의 햇살' 이라는 별칭을 친구에게 붙여주며 친구가 왜 봄날의 햇살인지를 설명하는 대사는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만큼 뭉클함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극 중 여주인공의 동생인 최상현(최현진 분)이 등장할 때는 우영우처럼 김밥을 정렬해서 먹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이 바로 우영우의 동생임을 눈치챌 수 있게 연출하기도 합니다. 우영우의 엄마와는 물건을 정렬하는 버릇을 닮았다면 동생은 우영우처럼 김밥을 가장 좋아하는 점이 닮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별다른 설명 없이도 두 사람이 혈연관계임을 드러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 용서는 없어, 그래서 영광도 없겠지만 - 더 글로리 [넷플릭스, The Glory, 시즌 1-2022.12 / 시즌 2-2023.03]

학창시절의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의 치밀한 복수극을 다룬 더 글로리에도 김밥은 여주인공인 문동은(송혜교 분)의 주요 식사로 등장합니다.지하철 역 근처에는 아침마다 출근하는 바쁜 직장인들을 상대로 알루미늄 호일(이하 은박지)로 감싼 한 줄 김밥을 파는 가게와 상인들이 많이 있는데 여주인공은 매끼 그렇게 한 줄로 포장된 김밥으로 식사를 대충 하곤 합니다. 식탁에 앉아 젓가락으로 하나씩 먹는 것이 아닌, 외부의 난간에 기댄 채 은박지로 둘둘 포장된 김밥을 손에 든 채로 먹습니다. 복수라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여주인공의 입장에서는 식사조차 호사라고 느껴지기 때문일까요. 극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김밥을 입 안 가득 우걱우걱 먹는 모습을 종종 보여줍니다. 그 모습을 보면 그녀에게 김밥을 먹는 행위는 그저 끼니를 때우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복수 외의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그녀에게는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먹어야 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혼자 먹더라도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메뉴로 김밥 만한 것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밥은 극 중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무리들을 향한 복수를 준비하며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여주인공의 위태로운 심리와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을 압축시켜 보여주는 장치로 보입니다.

더 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아빠가 운영하는 우영우 김밥집은 실제로 경기도 수원에 있는 매장이지만 판매하는 메뉴에는 우영우 김밥이 없다고 합니다.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촬영장소를 방문하는데 김밥 메뉴가 없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많이 아쉬울 듯도 합니다. 더 글로리에서 여주인공인 문동은이 김밥을 먹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면서 편의점 김밥 매출이 덩달아 상승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우영우의 친구가 만든 동그라미 김밥 (이름과 달리 모양은 네모난 김밥) 또한 온라인에서 한동안 화제였습니다. 가장 싸게 한 끼를 채울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재료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메뉴인 김밥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 음식입니다.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김밥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우리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고기, 김치, 갈비처럼 김밥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