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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Movie & TV Series

만두가 나오는 영화/TV : 올드보이, 쓰리 몬스터, 쌍화점

만두의 기원은 만두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설들이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여러 곳에서 만두와 비슷한 종류의 음식에 대한 기록들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저는 만두의 여러 기원설 중 제갈량의 일화에서 유래된 내용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제갈량의 무리가 도중에 강을 건너야 했는데 풍랑이 심해 강을 건널 수 없어 알아보니 사람의 머리를 제물로 바쳐 신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를 들은 제갈량이 꾀를 내어 제물로 바칠 사람의 머리 대신 밀가루 반죽을 마치 머리인 것처럼 속여 만든 음식에서 만두가 기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애초부터 속임수를 위해 만든 음식이기 때문일까요? 만두는 영화나 문학작품 속에서 속임수를 암시하는 장치로 곧잘 등장합니다. 오늘은 만두가 등장하는 영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15년의 감금, 5일의 추적 -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Oldboy, 2003]

제목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연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군만두. 그리고 그 군만두의 맛은 오대수(최민식 분)를 15년간 가둔 이를 추적하게 되는 단서가 됩니다. 15년간 갇혀있던 오대수가 유일하게 구분할 수 있는 어떤 중국집의 군만두. 저는 만두를 매우 좋아하지만 15년간 군만두만을 계속 먹는다면 너무나 괴로울 듯 합니다. 이미 갇혀있는 상황조차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누가, 왜 이렇게 가둔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매일 반복적으로 먹는 군만두라니 고문이 따로 없을 듯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오대수가 산낙지를 생으로 뜯어 먹는 장면도 매우 유명합니다. 그렇지만 올드보이 하면 군만두, 군만두 하면 자동적으로 올드보이가 떠오르는 것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국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워낙에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보니 명장면도 많고 충격적인 결말로 인해 쉽사리 잊기 힘든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좌) 올드보이 / (우) 쓰리, 몬스터

2. 내 안의 악마 - 쓰리, 몬스터 [박찬욱/ 프룻 첸/ 미이케 다카시 감독, 3 Monster, 2004]

이 영화는 한국, 일본, 중국의 감독들이 모여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는 세그먼트(Segment) 1,2,3 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우리나라의 박찬욱 감독이 만든 세그먼트의 제목은 컷(Cut) 으로 이병헌, 강혜정, 임원희가 출연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프룻 첸 감독이 만든 세그먼트는 제목 자체가 만두(딤섬, Dumpling) 입니다. 쓰리, 몬스터의 이야기 중에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였습니다. 오래 전 개봉했던 영화이기에 아마 이 영화를 모르는 분들도 많을 듯 합니다. 유명 배우였던 여주인공은 어린 여자에게 빠져버린 남편으로 인해 외로움과 질투를 느끼고, 이로 인해 젊음을 다시 되찾고 싶어합니다. 그러다가 젊음을 찾아준다는 만두가게를 알게 되고 그녀는 만두를 먹은 후 부터 한층 젊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젊음을 찾아준 그 만두의 속 재료는 사실 낙태한 태아를 다져 만든 인육만두였습니다. 그 사실을 안 여주인공은 만두 가게에 발걸음을 끊지만 그 후부터 그녀에게는 비린내 혹은 썩은 듯한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만두 가게를 찾은 그녀가 다시 만두를 먹는 장면은 만두를 먹기 위해 입을 벌린 채 맛을 음미하듯 천천히 씹는 모습 위로 마치 물렁뼈를 씹어 삼키는 듯한 소리가 겹쳐지면서 급기야 불쾌한 기분마저 들 정도로 역겨움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를 본 후 한동안 만두를 떠올리면 입맛이 사라질 정도로 충격을 남겼던 영화였습니다.

영화 쌍화점

3. 격정의 고려, 금기의 기록 - 쌍화점 [유하 감독, A Frozen Flower, 2008]

고려가요 쌍화점을 소재로 한 영화로 조인성, 주진모, 송지효 등 유명배우들이 출연하였고, 수위 높은 정사 장면이 많아서 개봉 당시에 무척 화제가 되었습니다. 남녀상열지사를 다룬 고려가요 쌍화점의 내용에 역사적 인물인 공민왕과 고려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더해져 영화를 본 후 고려역사를 찾아본 관객들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의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노래가 슬프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시면 이 영화가 만두와 무슨 상관이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인 쌍화점에는 만두가게라는 뜻이 있습니다. 한식만두의 기원은 고려시대로 알려져있는데 당시에는 만두를 상화(혹은 쌍화)라고 불렀기 때문입니다. 고려가요 쌍화점도 만두집에 만두를 사러 간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왕비(송지효 분)가 사가에서 몰래 홍림(조인성 분)과 사랑을 나눈 후에 수줍게 만두를 전합니다. 

왕비 : 내가 직접 만든 건데 한번 먹어 보아라.
홍림 : 웬 쌍화병입니까?
왕비 : 원나라에선 자기의 정인에게 이 떡을 주는 풍습이 있다 하지 않았느냐.
나도 언젠간 고향의 여자들처럼 해보고 싶었느니라.

영화 속에서 나오는 이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 당시에는 만두를 쌍화병이라고 불렀습니다. 왕비의 수줍은 고백과 함께 건네진 쌍화병을 먹은 홍림은 눈물을 삼키며 맛있다는 말로 왕비를 향한 마음을 에둘러 전합니다. 
 

4. 마치며

만두는 제가 평소에도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오늘 소개된 영화에서의 만두는 맛있는 음식 보다는 나름의 역할을 담당한 소품같은 느낌입니다. 사건의 실마리를 위한 단서가 되거나 숨겨진 흉측한 욕망을 감추는 도구로 혹은 마음을 담아 정인에게 전달하는 선물 등으로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여러분이 영화나 TV 에서 만난 만두는 어떤 모습으로 나왔었나요? 역사가 오래된 음식인 만큼 종류와 요리법도 다양한 만두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은 모습으로 새롭게 표현이 될 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