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은 곶감입니다. 가을에 잘 익은 감들을 껍질을 벗겨 바람과 햇빛에 말리면 표면에 뽀얀 가루가 뒤덮인 곶감이 됩니다. 처마밑에 짚풀로 엮어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은 마치 멋들어진 인테리어 소품처럼 집의 분위기를 더욱 고풍스럽게 만들어 주는 듯 합니다. 곶감이 익어가길 기다리면서 침을 삼키던 어린 시절도 생각납니다. 곶감은 요리를 해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곶감을 만들기까지는 많은 손길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쩌면 요리 이상의 정성이 담긴 음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곶감은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에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드라마 두 편을 소개합니다.
1. 우리의 시간은 이어져있다. - 시그널 [tvN, Signal, 2016]
케이블 방송국이 탄생하면서 드라마의 범주는 정말 다양하게 확장되었고, 지상파 드라마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웰메이드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종영된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시그널이 아마 첫 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시즌 2의 제작 소식을 기다리는 많은 팬들을 생각하면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저는 범죄수사물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그널이 방영되던 기간 동안 매 회 빠짐없이 챙겨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시그널은 무전기로 이어지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미제 사건을 풀기 위한 형사들의 간절함과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한 끈질긴 노력들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던 드라마였습니다. 극 중 과거 시간대에서 수현(김혜수 분)은 선배인 재한(조진웅 분)과 같은 팀에 있지만 늘 수사보다는 선배들의 잔심부름만 하게 됩니다. 그런 수현에게 재한은 왜 자꾸 그런 일만 하고 있냐며 화를 냅니다. 그러던 중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됐다 풀려난 수현은 그 충격으로 무단결근을 하고, 그녀가 걱정된 재한은 수현의 집으로 찾아와 위로를 합니다. 범죄자가 무섭다는 수현에게 재한은 "나도 무섭다. 그렇지만 어쩌겠냐. 누군가는 잡아야지." 라는 말과 함께 곶감이 든 상자를 건네는데 그 상자 안에는 곶감이 달랑 한 개 남아 있었습니다. 멋쩍어하며 재한은 "짐승같은 형사들 틈에서 그래도 너 먹을 하나는 지켜냈다. 나는 안 먹었다." 고 강조하며 수현을 웃게 합니다. 이 장면에서 수현의 개인적인 공간인 집으로 재한이 방문을 하면서 곶감은 단순한 직장동료 이상의 끈끈한 동료애를 가지게 되는 연결고리로 등장합니다.
2. 조선왕세자의 옥탑방 로맨스 - 옥탑방 왕세자 [SBS, Rooftop Prince, 2012]
이 드라마 역시 앞서 소개한 시그널처럼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과거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였기 때문에 수사물 성격보다는 남녀주인공의 로맨스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조선의 왕세자가 신하 3인과 함께 현재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어 현대사회와 신(新)문물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많은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과거에서 왕세자인 이각(박유천 분)은 독살될 위기에 처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음식이 곶감입니다. 곶감위에 하얗게 내려앉은 시상가루가 사실은 독약이었던 셈인데 왕세자가 독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주인공(한지민 분)은 왕세자에게 일종의 내기를 제안합니다. 자신이 낸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그 보상으로 곶감을 달라고 한 여주인공은 왕세자가 보는 앞에서 독가루가 뿌려진 곶감을 모두 먹고서야 방을 나옵니다. 자신의 언니인 세자빈이 왕세자를 독살하려 했다는 사실을 감추려 했던 여주인공은 결국 세자의 처소 앞에 있는 연못에 빠져 죽습니다. 이 후 왕세자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이 환생한 현재로 타임슬립한 이각은 과거 연못에 빠진 여주인공의 죽음이 사실은 자신을 대신하여 독 묻은 곶감을 먹었기 때문임을 알게 되고 과거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여주인공을 남겨둔 채 왕세자는 조선시대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3. 마치며
호랑이도 못 그치게 한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만든 곶감은 시그널의 전작이었던 '응답하라 1988' 에서도 종종 등장합니다. 다만 늘 주변인들과 함께 먹는 음식 중 하나로 나오기에 따로 소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에서도 곶감을 만드는 과정이 함께 나오지만 이 영화에는 곶감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많이 나오기에 차후에 따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곶감은 그냥 먹어도 달고 맛있지만 저는 차가운 수정과에 곁들여 먹는 곶감호두말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요즘에는 크림치즈가 들어간 곶감도 많이 보입니다. 명절에 먹고 남은 곶감이 냉동실에 다들 있으실 듯 합니다. 전통음식이지만 서양 재료와도 맛있게 조합이 되는 곶감은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난다고 하니 한 번에 한 개 정도를 허브차나 수정과와 곁들여 드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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