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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Movie & TV Series

맥주가 나오는 영화/TV : 쇼생크 탈출, 킹스맨-시크릿에이전트

점점 기온이 오르면서 이제 곧 여름이 오겠구나라고 느끼는 시기입니다. '여름'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뜨거웠던 낮의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든 저녁 무렵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에서 마시는 차가운 맥주가 생각납니다. 햇빛이 뜨거울수록 더욱 맥주가 간절하게 생각나곤 하는데 오늘은 이럴 때 함께 보면 좋을 영화 두 편을 소개합니다.

 

1.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 쇼생크 탈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The Shawshank Redemption, 1995]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은 아마 탈출에 성공한 직후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손을 하늘로 뻗는 장면일 것입니다. 영화 포스터에도 나온 것처럼 모든 상황과 감정을 하나로 압축시킨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과 함께 제가 명장면으로 꼽고 싶은 것은 옥상 페인트 작업 씬(Scene) 입니다. 그야말로 땡볕에서 마시는 차가운 맥주의 정석을 보여주는 장면이 이 씬에서 나옵니다. 주인공인 듀프레인(팀 로빈슨 분)은 교도소에서도 악명이 높은 한 간수의 세금 문제를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동료들에게 각각 3병씩 맥주를 제공해달라고 합니다. 엄청난 세금을 낼 뻔 했다가 한 푼도 내지 않게 된 간수는 뜻밖의 횡재를 한 기분에 듀프레인의 제안을 선뜻 들어줍니다. 뜨거운 한낮에 옥상에서 동료들과 함께 땀 흘리며 일한 뒤 잠시 쉬면서 아이스버킷에 꽂혀있는 맥주를 따서 마시는 그 맛! 아마 그 맥주가 어떤 맥주이건 관계없이 최고의 맛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 장소는 교도소였습니다. 자유로운 세상에서 원하면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상태가 아닌, 모든 것이 감시되고 통제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그야말로 꿈도 못 꿀 상황에서 말도 안되게 마시게 된 그 맥주의 맛은 비록 죄를 짓고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지만 잠시나마 천국을 맛보았을 겁니다. 듀프레인의 가장 친한 동료인 레드(모건 프리먼 분)는 나레이션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린 마치 자유인처럼 햇빛 아래서 마셨다. 꼭 우리집 지붕에 있는 것 같았다. 우린 부러울 게 없었다."  옥상 페인트 일이 있고난 후 부터 간수들이 듀프레인에게 앞다퉈 세금관련 컨설팅을 받게 되고, 나중에는 교도소장까지 그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횡령을 시작하게 되기에 극 중에서도 주인공의 상황이 변화되는 기점이 되기도 하는 장면입니다. 

영화 쇼생크 탈츨

2. Manners Maketh Man -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매튜 본 감독, Kingsman : The Secret Service, 2015]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도 아마 한번쯤은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Manners maketh man." 너무나 멋진 수트 핏을 자랑하는 해리(콜린 퍼스 분)가 영국 특유의 억양으로 한 단어씩 또박또박 끊어 말하던 이 대사가 나오는 장면에 너무나 유명한 맥주가 나왔었습니다. 바로 기네스입니다. 기네스는 병이나 캔으로 마실 경우에 반드시 컵에 따라 마셔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컵에 따를 때도 기네스 특유의 크리미한 거품을 내기 위한 방법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어쩌면 마시기가 조금 까다로운 맥주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까다로운 방법을 따라 마신 기네스와 일반 맥주 따르듯이 따른 기네스의 맛은 천지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매뉴얼대로 따라 마신 기네스는 그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할 정도로 맛이 기가 막힙니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인 에그시(테런 에저튼 분)와 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해리는 기네스를 마십니다. 이 부분에서 눈썰미가 있으신 분들은 해리의 맥주잔에 담긴 색깔과 에그시의 잔에 담긴 술의 색깔이 다른 것을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에그시는 가장 일반적인 맥주인 라거의 색깔을 띤 잔을 앞에 두고 있었고 해리는 기네스 특유의 다크 초콜렛 색을 띤 잔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입니다. 영국에서는 라거나 IPA 는 여자들이 마시는 술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반면 스타우트(흑맥주)인 기네스는 남자들의 술로 불립니다. 아마 영화에서는 마시는 술에서부터 아직 풋풋한 에그시와 성숙한 해리라는 설정을 부각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에그시를 괴롭히던 친구들이 등장하면서 둘의 대화가 방해를 받자 정중하게 나가달라는 말과 함께 해리는 "나는 이 멋진 기네스를 마저 마셔야겠다. (I finish this lovely pint of Guinness.)" 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요청했음에도 불량배들이 자리를 비우지 않자 해리는 절도있는 동작으로 출입구와 창문을 잠그며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과 함께 순식간에 그들을 때려눕힙니다.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3. 마치며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나온 맥주는 Stroh's bohemian beer 라고 합니다. 종류로 보면 체코의 필스너 맥주라고 하는데 맥주의 이름이 보헤미안이라니 그 맛이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간혹 기네스를 영국 맥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기네스는 아일랜드의 맥주입니다. 저도 예전에 기네스가 영국 것인줄 알고 생각없이 말했다가 아일랜드 친구에게 조금 혼이 났었습니다. 마치 김치나 한복처럼 우리 것인데 이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일본 것이나 중국 것으로 생각하여 말하면 기분 나쁜 것처럼 아일랜드인에게 기네스 맥주가 그런 존재 같습니다. 맥주는 그 오랜 역사만큼 종류가 다양하고, 각 나라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대표 맥주들도 많이 있습니다. 맥주에 대해 조금씩 알게되면서 맥주는 단순히 역사가 오래된 술이라기 보다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품은 하나의 유산처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유산은 오늘도 평범하지만 고된 일상을 보낸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가끔 퇴근길에 가벼운 한 잔이 생각나는 것은 스스로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픈 이유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