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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Movie & TV Series

치킨이 나오는 영화/TV : 별에서 온 그대, 집으로...

오늘의 주제는 설명이 필요없는 음식이죠. 바로 치킨입니다.

한국인의 대표적 안주이자 야식 메뉴인 치킨은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통닭으로 불리는 경우가 더 흔했습니다. 퇴근하시는 아빠의 손에 들린 갈색 종이봉투 안에 들어있던, 은박지와 비닐로 포장된 통닭이 제가 가진 치킨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인 듯 합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식욕을 자극하던 통닭 냄새를 떠올리면 지금도 저절로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기분입니다.  당시 통닭은 말 그대로 그냥 통닭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한 오늘날의 치킨은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양념들과 양념만큼이나 다채로운 사이드 메뉴 등 그야말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한국에 놀러온 외국 관광객들은 거의 필수처럼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화려하게 거듭난 치킨이 등장하는 영화와 TV 드라마를 각각 한 편씩 소개해보겠습니다.

 

1. 븅자년에 죽방을 날릴 - 별에서 온 그대 [SBS, My love from the star, 2013]

오늘 소개하는 메뉴처럼 이 드라마 역시 별다른 설명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사랑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배우들의 연기, 드라마의 줄거리, OST 모두 다 뛰어났던 작품이었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치킨과 맥주의 조합이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치맥이라고 줄여 부르는 이 조합의 인기는 한국에 관광온 외국인들이 더욱 한국 치킨에 매료되는 요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극 중에서 여주인공인 천송이(전지현 분)가 늘 부르짖던 메뉴는 개불에 소주의 조합이었지만 막상 천송이가 치킨과 맥주를 곁들어 먹는 모습이 방영되자 전국의 치킨집 전화기에 불이 나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나올 정도로 이미 치맥은 우리에게 매우 대중적이고 인기있는 메뉴였지만 외국인의 시선에서는 매우 신기한 조합이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의 인기 이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치맥으로 인해 전국의 닭들이 씨가 마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고 특히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였습니다. 치맥을 맛보기 위해 한국을 오는 단체 관광객들도 급증했고 덕택에 관광 수입과 소비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매우 커 방영 후에도 여러모로 화제였던 드라마였습니다. 

2. 누가 물에 빠뜨리래? - 집으로..[이정향 감독, The way home, 2002]

오래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아직도 이 영화를 떠올리면 콧망울이 시큰해집니다. 어린 손자와 시골에 계시는 할머니의 짧은 동거를 그린 영화에서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 여러 장면 중 저는 치킨 신(Scene) 을 꼽고 싶습니다. 철없는 손자는 시골 할머니 집에서 치킨을 먹고 싶어합니다. 할머니에게 닭은 삼계탕처럼 푹 고은 닭이 전부였기에 손자가 말하는 치킨이 후라이드 치킨인 줄 모르고 삼계탕을 만들어줍니다. 이를 본 손자는 할머니에게 소리치면서 "후라이드 치킨 달란 말야! 누가 물에 빠뜨리래?" 라며 울먹거립니다. 그런데 이 장면, 왜 이렇게 눈물을 자극할까요? 아마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영화 평이나 후기를 보면 많은 분들이 이 치킨 에피소드를 언급합니다. 이 영화에서 치킨은 세대간의 차이만이 아닌 도시와 시골이라는 공간에서 생기는 거리감, 같은 시간을 살지만 동시에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할머니와 손주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줍니다. 할머니에게 칭얼거리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잠든 어린 상우 (유승호 분). 할머니는 저녁도 먹지 않고 그대로 잠든 손주가 신경쓰여 저녁상을 방 한 구석에 둔 채 잠에 듭니다. 저녁도 안 먹고 잠든 상우가 배고픔에 못 이겨 한밤에 구석진 상에 놓인 물에 빠진 닭을 먹는 모습은 그림자로 연출이 되었는데 상우는 중간에 국물도 마셔가며 제법 맛있게 닭을 먹습니다. 볼이 미어져라 닭을 물고 국물을 마시는 상우의 그림자에서 느껴지는 아이다운 사랑스러움에 저절로 웃음이 피어납니다.

 

3. 마치며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이제 한국 스타일 치킨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지는 듯 합니다. 저부터도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에 오면 꼭 치킨을 맛봐야 한다며 치킨 예찬론을 늘어놓기 일쑤입니다. 치킨은 야식이나 안주로도 훌륭하지만 그 중 백미는 축구경기를 보면서 먹는 치맥인 듯 합니다. 어린 시절 통닭뿐이던 시대를 지나 KFC 의 치킨을 먹으며 이것이 치킨이구나 했던 순간도 잠시, 양념치킨을 시작으로 이제는 생각도 못하던 맛의 조합들로 감탄을 부르는 치킨메뉴가 쏟아지는 현재를 살고 있는 저는 참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