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영화, TV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짜장면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중가요도 있습니다. (GOD 1집, '어머님께') 이렇게 다양한 장르에서 등장할 만큼 한국인에게는 매우 친숙한 음식 중 하나가 짜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영화와 TV 에서 등장한 짜장면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꼬라지하고는~!! - 환상의 커플 [MBC, Couple or Truble, 2006]
이 드라마는 오래전에 방영되었지만 짜장면을 얘기할 때 늘 빠지지 않고 언급될 정도로 드라마에서 짜장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컸습니다. 조안나(한예슬 분)라는 이름의 여주인공은 재산이 어마어마한 부자이지만 성격은 그야말로 안하무인에 타인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눈에 거슬리면 가시돋친 말들을 마구 쏟아냅니다. 그렇기에 주변에는 가까이 지내는 사람도 없고, 그녀는 늘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지만 원래부터 그랬기에 자신이 외로운 것조차 인지를 하지 못하고 지냅니다. 그런 그녀가 우연한 사고로 인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면서 그녀의 내면에 숨겨져있던,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데 그 모습과 취향들은 과거의 도도하던 그녀와는 완전 딴판입니다. 그런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로 활용된 것이 바로 짜장면입니다. 여주인공은 언제나 세련되게 세팅했던 머리 대신 자다 일어나 까치집처럼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촌스러운 가디건에 시골 아줌마들이 즐겨입는 소위 몸빼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과거라면 입도 안 댔을 짜장면에 꽂혀서 온 얼굴이 짜장범벅이 된 채 짜장면을 흡입합니다. 그렇지만 솔직한 속내를 거침없이 말하던 과거의 성격은 그대로여서 마음에 들지 않거나 꼴불견인 것들을 보면 "꼬라지하고는!!" 을 연발하며 주변인들에게 돌직구를 날립니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해 장난처럼 지어진 나상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렇게 자신의 본 모습과는 딴판인 모습으로 시골 생활에 적응해가던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됩니다. 원래의 기억을 모두 되찾고 조안나로 돌아온 그녀는 기억을 잃은 채 지냈던 시절의 모습들을 모두 부정하며 지워버리려 하지만 나상실로 지낼 때 느껴버린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를 그리워하며 힘들어합니다. 짜장면이라도 먹으면 그리움이 좀 채워질까 싶어 주문한 짜장면은 호텔 요리사가 값비싼 재료로 만들어온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서빙되어 식탁에 놓여집니다. 한 두 젓가락 먹던 그녀는 곧 그 맛이 안난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냉기를 뿜으면서 스스로를 외롭게 고립시켰던 조안나와 시골 사람들의 순박하고 따뜻한 정에 둘러싸여 돈은 많지 않지만 행복하게 웃을 수 있던 나상실의 모습을 짜장면을 통해 대조적으로 보여주게 됩니다. 짜장면만큼의 비중은 아니지만 막걸리, 고스톱, 전기장판 등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던 과거의 모습을 보면서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며 외롭게 자랐던 그녀는 자신이 사람들 간의 정에 고팠고, 온기를 그리워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2. 현실연애의 모든 것 -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 Very Ordinary Couple, 2013]
많은 사람들이 정말 현실 연애의 모든 것이 담겼다고 평했을 정도로 연애의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줬던 연애의 온도에도 짜장면이 등장합니다. 앞서 언급된 환상의 커플은 드라마였기 때문에 짜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연애의 온도에서는 짜장면이 나오는 장면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영화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커플의 식사로 나오고, 짜장면의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먹을 정도로 가릴 것이 없는 사이가 된 커플을 보여주기엔 제격인 장치로 사용됩니다. 사실 연애를 갓 시작한 커플에게 짜장면은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메뉴입니다. 열심히 닦아가며 먹더라도 입 주변에 남게 되는 검은 짜장 소스의 흔적이 신경쓰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가장 예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쁜 연애 초기에는 짜장면을 함께 먹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오래된 커플의 가장 평범한 일상 모습을 보여줄 때 짜장면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충실히 전달하는 소재로 종종 등장합니다. (※ '나의 사랑, 나의 신부 (1990, 박중훈/최진실 주연, 이명세 감독)' 에서는 갓 결혼한 신랑이 새색시의 얼굴을 짜장면 그릇에 박아버리는 상상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2014년 리메이크된 동명의 영화에서도 이 장면을 그대로 살려 연출합니다. 짜장면은 이렇게나 잘 활용됩니다.)
영화는 사내커플이었던 두 주인공이 헤어짐을 시작으로 하여 서로의 뒷담화와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감정싸움 끝에 다시 재결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짜장면을 먹으며 TV 로 스포츠 경기를 보던 주인공 커플의 모습은 그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그 속에서 이루어진 프로포즈조차도 그들에겐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나 결국 두 사람은 다시 헤어지고 맙니다. 그들이 처음에 헤어졌던 것과 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두 사람간의 유치한 싸움이 다소 과장되게 표현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영화 자체에서 보여지는 커플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관객들의 공감을 쉽게 이끌어냈던 영화입니다.
3.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 기생충 [봉준호 감독, Parasite, 2019]
이 영화는 아카데미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수상하면서 한국영화 뿐만이 아닌 세계의 영화 역사 속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또한 영화만큼이나 이 영화를 통해 유명해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짜파구리입니다. 짜장면과 약간 다른 버전이지만 맛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기생충에서는 가난과 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들이 다양하게 나오는데 그 중 하나가 짜파구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거론되는 메뉴가 라면이나 짜장면인데 짜파구리는 이 두 메뉴가 섞인 음식입니다. 영화속에서 부잣집 아들의 야식으로 준비된 짜파구리에는 비싼 한우가 곁들여지는데 바로 이 장면에서 시각적인 계층의 대조가 이루어집니다. 부잣집 사모님인 연교(조여정 분)는 가정부인 충숙(장혜진 분)에게 아들이 먹을 야식으로 짜파구리를 준비하라고 하면서 냉장고에 있는 한우 채끝살도 같이 곁들일 것을 주문합니다. 일반 서민들이 사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의 한우지만 부자들에겐 그저 서민들이 라면에 넣는 계란과 다를 바 없이 냉장고에 있던 한우를 넣는 것을 보여주면서 극 중 인물들간의 계층 차이를 드러냅니다. 부자인 박사장(이선균 분)의 집에 기생충처럼 붙어 있는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들은 가족 전체가 박사장의 집에 취업을 성공한 후에 그들의 반지하 방에서 맥주와 함께 고기 파티를 열지만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반지하 창문을 옆에 두고 노상방뇨를 하는 취객이었습니다. 며칠 후 박사장 가족들이 캠핑을 가느라 집을 비운 날, 기택의 가족들은 집안에 있던 비싼 양주들을 늘어놓고 그들만의 파티를 다시 여는데 이 때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잘 관리된 고운 잔디와 조경으로 장식된 넓은 정원입니다. 이러한 대비는 영화 내내 보여집니다. 짜파구리 역시 이러한 장치 중 하나였지만 유독 화제가 되었던 것은 짜파구리가 시중에 완제품으로 나와있는 메뉴가 아니었고, 해외에서는 새로이 램동(라면+우동)이라고 이름지어져 소개될 만큼 새로운 음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짜파구리를 이미 익숙하게 먹고 있었지만 한우 채끝살을 곁들이는 것은 조금 낯설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4. 마치며
기생충 영화에 등장하기 전에도 이미 짜파구리는 국내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이 영화가 유명해지면서 덩달아 해외에서도 짜파구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듯 합니다. 이제 온라인에서 짜파구리 먹방과 레시피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짜파구리가 앞서 언급된 다른 짜장면과는 달리 끓여먹는 라면의 한 종류이다보니 같은 음식으로 묶어도 될까 조금 고민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짜장면과 그 맛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성공작인 후속작 같은 느낌의 메뉴이기에 함께 다뤄보았습니다. 블로그를 작성하다 보니 짜장면이 매우 먹고 싶어집니다. 제 블로그를 읽고 계신 분들도 지금쯤이면 짜장면 혹은 짜파구리가 매우 먹고 싶어지셨을 듯 합니다. 짜장면을 드실 때 오늘 언급된 영화나 드라마를 함께 보시면 더욱 재미있고, 맛있게 드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재미난 영화와 맛있는 음식을 함께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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